게임 정보
루프 히어로는 처음 보면 조금 낯설고, 한두 번 돌려보고 나면 갑자기 무서워지는 게임이다. 도트 그래픽에 로그라이크, 자동 전투에 카드 기반의 전략 시스템까지, 겉보기엔 평범한 인디 RPG처럼 보이지만, 해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개발은 러시아의 인디 스튜디오 Four Quarters, 배급은 Devolver Digital. 2021년 PC로 출시된 이후 스위치, Xbox, 모바일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공식 한글화도 잘되어 있어 진입 장벽은 거의 없다.
장르는 로그라이크 전략 RPG라지만, 루프 히어로는 단순히 전투하거나 레벨업하는 게임이 아니다. 주인공은 자동으로 순환하는 루프 위를 걷고, 전투 역시 자동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그 루프의 지형을 타일처럼 깔아 세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투는 손을 떼도 되지만, 루프 위 세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갈린다.
도트 감성의 투박한 그래픽과 칩튠 기반의 음악은 게임의 분위기를 쓸쓸하고 몽환적으로 이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지만, 금세 정신을 빼앗긴다.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는 루프 속에 갇혀 있다.
콘텐츠
루프 시스템
루프 히어로의 세계는 순환한다. 주인공은 길을 따라 자동으로 이동하며 몬스터와 싸운다. 하지만 이 루프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구성하는 무대다. 전투 중 획득한 카드들을 루프와 주변에 배치해 세계를 재건하고, 이 타일 하나하나가 보상과 위협을 동시에 낳는다.
예를 들어 마을 옆에 흡혈귀 저택을 놓으면 ‘약탈당한 마을’이 된다. 몬스터가 늘고 위험해지지만, 몇 루프가 지나면 강화된 마을로 진화해 회복 효율이 올라간다. 이렇게 작은 타일 하나가 전체 판도를 바꾸는 구조 덕분에, 단순 자동 전투 게임이 아니라 ‘지형 퍼즐’에 가까운 게임이 된다.
카드와 타일의 전략
카드는 지형, 건물, 몬스터 등을 소환하거나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루프를 돌며 얻게 되는 이 카드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게임이 완전히 달라진다.
산을 3x3으로 배치하면 ‘산봉우리’가 되고, 하피가 날아와 루프에 난입한다. 마을과 밀밭을 함께 배치하면 회복량이 늘지만 허수아비가 출몰하게 되고, 묘지 옆에 전장을 깔면 강한 적과 함께 보물 상자가 등장한다.
카드덱은 탐험 전 편집이 가능하며, 최소 7장부터 최대 15장까지 구성할 수 있다. 이 구조 덕분에 탐험 전 ‘세팅’부터 이미 게임이 시작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클래스 시스템
클래스는 총 세 가지로, 전사와 도적 그리고 강령술사가 있다.
전사는 전형적인 탱커 스타일로, 체력 재생과 흡혈, 방어 기반 세팅이 잘 어울린다. 도적은 쌍수 무기와 높은 회피율을 기반으로 짧고 강한 전투를 추구하지만, 장비가 루프 끝에 몰아서 주어지기 때문에 운영 난이도가 꽤 있다. 강령술사는 해골을 소환해 대신 싸우게 만드는 마법 직업인데, 유일하게 자기가 안 싸우고도 승부가 나는 클래스라 체감 난이도는 가장 낮다.
각 클래스는 플레이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며, 같은 타일 구성이라도 전혀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보스전과 스토리
루프 히어로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마지막에는 보스가 등장한다. 리치, 여사제, 사냥꾼, 그리고 마지막 오메가까지.
이 게임의 세계는 이미 멸망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순환하는 루프를 돌며 파편화된 기억을 하나씩 되찾고, 세계의 붕괴 원인인 혼돈과 마주하게 된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묘하게 철학적이다. “도대체 이 루프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게임 평점
🎨 그래픽 : ⭐⭐⭐⭐ (4/5) – 도트 감성이 강하지만, 호불호 갈릴 수 있음. 향수를 자극하는 연출은 훌륭하다.
🎵 사운드 : ⭐⭐⭐⭐ (4/5) – 칩튠 BGM과 어두운 분위기가 잘 어울림. 귀에 계속 맴도는 중독성이 있다.
📖 스토리 : ⭐⭐⭐⭐ (4/5) – 배경은 흥미롭지만 스토리텔링이 약하고 후반부에서야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 난이도 : ⭐⭐⭐⭐ (4/5) – 초반은 쉽지만 후반엔 운 요소와 반복 파밍이 강해져 부담스럽다.
🛠️ 편의성 : ⭐⭐⭐ (3/5) – 기본은 편하지만 카드 설명과 인터페이스가 약간 불친절하다.
공략과 팁
✅ 타일 배치 팁
- 산 + 산 + 산 = 산봉우리 → 체력 증가 + 하피 등장 (위험 & 보상)
- 마을 + 밀밭 2개 → 회복량 상승 + 허수아비 몬스터
- 묘지 + 전장 → 강한 적 + 보물 상자 등장, 캠프 직전 배치 추천
- 흡혈귀 저택 + 마을 → 약탈당한 마을 → 진화 후 강화된 마을
✅ 클래스 운영 팁
- 전사는 방어+흡혈 중심. 보스전에는 피의 숲 세팅 필수
- 도적은 회피율 30% 이상 세팅 후 공격속도 중첩
- 강령술사는 해골 레벨과 소환 최대 수가 관건. 장비 세팅이 핵심
✅ 보스 공략 요약
- 리치 : 캠프 주변에 타일 배치로 궁전 생성을 차단
- 여사제 : 유리막 먼저 제거, 해골로 천사 상대
- 사냥꾼 : 하운드를 먼저 때리면 분노함 → 본체부터 잡자
- 오메가 : 모든 준비의 총합. 덱과 캠프 세팅 완성형 필요
플레이 후기
솔직히 처음엔 뭘 하는 게임인지 도무지 감이 안 왔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산은 깔려 있고 마을도 세워져 있고, 흡혈귀가 날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간은 새벽 3시, 머리는 타고 있고, 손은 마우스를 못 놓고 있었다.
“한 바퀴만 더”라고 말한 순간, 이미 난 두 바퀴를 돌고 있었고, 그 다음엔 뭐라도 더 배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손이 멈추질 않았다.
루프 히어로는 단순한 게임성을 지녔지만 전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자동 전투지만, 타일 하나 깔 때마다 전략이고, 조합이고, 도박이다. 죽어도 자원은 남고, 실패도 다음 루프의 밑거름이 된다. 시스템이 단순할수록 뇌가 과열되는 아주 교묘한 구조다.
유행이 어느정도 지난 게임이지만 도트 감성 좋아하는 사람, 덱 조합에 꽂히는 사람, 자동 전투로 머리 굴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주 잘 맞을 게임이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