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만화가다
카이로소프트의 게임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만화가 스토리 (The Manga Works)’를 딱 보면 대충 감이 올 거다. "아, 이거 게임 개발 스토리랑 비슷하겠네?" 라고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가볍게 시작해서 적당히 아이템 파밍 좀 하고, 주제 연구 좀 하다 보면 돈이 펑펑 들어오고, 반복 작업으로 안정권에 들어가는 카이로의 전형적인 루트.
하지만 이 게임은 달랐다. 그 안정 구간이 없다. 초중반은 물론이고, 후반부까지도 돈에 쪼들리는 삶이 계속됐다. 이건 만화가 시뮬이 아니라 그냥 생존 RPG다.
돈을 벌어도, 돈이 없다
이 게임이 유독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잘 팔려도, 남는 게 없다.
주제와 걸작 조합으로 판매량 대박을 쳐도, 지식 얻으려 떠나는 여행 몇 번, 어시스턴트 월급 몇 번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그대로 마이너스.
특히 어시 개발은 쓸데없이 월급만 오르고, 효율도 떨어져서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 본인의 능력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아이템은 꼭 필요한 것만, 지식은 여행보다 소품 상점에서 뽑는 게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만화 제목 짓는 건 역시 재밌다.
카이로 게임의 전통처럼, 이번에도 작품마다 제목을 지어줄 수 있다.
이게 또 은근히 재미있다. 패러디 욕구를 자극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초중반까지는 온갖 드립력으로 제목을 짓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론 100부 넘어가면 그냥 제목 없이 연재 누르게 된다. 중반부까지만 드립이 살아있고, 그 이후는 그저 클릭 노동...
아쉬운 점도 많다
이 게임은 게임 개발 스토리 출시 이후 6년이나 지나서 출시된 작품이다. 그런데도 전작보다 시스템적으로 진화했다는 느낌이 없다.
작업실 커스터마이징도 단조롭고, 어시스턴트가 여럿 있어도 동시 작업이 불가능한 단일 출간 구조, 그렇다고 콘텐츠 볼륨이 풍부한 것도 아니라서 금방 반복 루틴에 진입하게 된다. 카이로가 늘 그렇듯, 처음엔 재미있고 나중엔 지치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 분명 카이로 특유의 감성과 색깔은 살아있다.
마치며
만화가 스토리는 한 마디로 말하면 "어설픈 자본주의의 민낯을 담은 만화가 생존기"다. 아이템 사고, 여행 다니고, 어시 키우다 보면 열심히 일했는데 왜 돈이 없을까?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시간 좀 날 때 틈틈이 하기엔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딱 카이로가 카이로다울 때의 전형적인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기대한 것보단 부족했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물론 반복은 안 할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