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치형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인데, 어느 날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웃거리다가 ‘헌터 키우기: 방치형 RPG’라는 제목을 보고 깔았다. 솔직히 말해 제목만 보면 기대감이 뚝 떨어지는 이름이지만, 도트 그래픽이 귀엽길래 한번 찍먹 해봤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손이 자주 간다.
도트 감성에 방치형의 본질을 잘 담았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방치형 답게 뭐든 자동이다. 덕분에 바쁠 땐 그냥 켜놓고 방치하면 되고, 시간이 좀 있을 땐 내실만 챙기면 된다. 흔한 방치형 구조지만 그래픽이 아기자기하고 템포도 빨라서 초반 몰입은 꽤 잘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세계관 설명을 만화처럼 보여주는데, 인류가 포탈로 인해 멸망 직전이 됐다느니 하는 간단한 설정이 붙는다. 굳이 안 봐도 게임은 잘 돌아가지만, 어쨌든 배경에 약간의 ‘스토리’라는 포장지가 씌워져 있는 점은 좋았다.
예상보다 콘텐츠는 풍성하다
헌터 키우기는 단순한 ‘숫자 키우기’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전직이 가능하고, 그때마다 외형이 변하고 스킬도 추가된다. 처음에는 그냥 헌터였던 내 캐릭터가 어느 순간 광전사로, 또 소드마스터로 변해가는 모습은 나름 RPG스러운 성취감을 줬다.
던전, 보스전, 레이드, PVP 투기장까지 생각보다 콘텐츠가 많다. 방치형 게임인데 길드도 있고, 코스튬도 모을 수 있고, 장비 세트 수집도 꽤 디테일하다. 물론 후반 갈수록 반복감은 어쩔 수 없지만, 그건 방치형이라는 장르 자체의 한계에 가깝다.
방치형 치고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방치형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초반 성장 속도다. 헌터 키우기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루만 틀어놔도 캐릭터가 쑥쑥 자란다. 접속을 안 해도 골드랑 자원이 쌓이니까, 출근길에 한 번, 점심시간에 한 번, 잠들기 전에 한 번만 들어가도 무언가 이룬 기분이 든다.
이게 참 묘한 중독성을 만든다. 특히 내실을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니 손은 안 가는데 마음은 가게 되는 게임.
물론 단점도 있다
후반부 성장 체감이 뚝 떨어진다. 초반에는 하루만에 전직도 하고, 던전도 뚫고 신났는데 어느 순간부턴 골드가 모자라고, 다음 콘텐츠까지 레벨이 한참 남아 있다. ‘이제부터는 과금이냐 인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시점이 온다.
UI도 살짝 올드하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이나 버튼 디자인이 2020년대 느낌은 아니다. 딱 보면 “모바일 인디 게임이구나” 싶다. 하지만 그건 이 게임의 개성이라 생각하면 넘어갈 만한 정도다.
정리하자면…
‘헌터 키우기: 방치형 RPG’는 흔하지만 잘 만든 방치형 게임이다.
방치형의 핵심인 ‘접속하지 않아도 자란다’는 기본기를 충실히 갖췄고, 전직 시스템과 콘텐츠 볼륨 덕에 생각보다 오래 붙잡게 만든다. 도트 감성 좋아하는 사람, 자동사냥 중독된 사람, 혹은 요즘 RPG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