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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 있는 클릭질
픽셀풍 그래픽에 클릭 연타, 그리고 인공지능의 익살스러운 입담. ‘휴먼 파워드 스페이스크래프트’는 얼핏 보기엔 평범한 클리커 게임이지만, 의외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었다. 짧고 굵게, 1시간 안에 엔딩까지 보는 게임.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결코 짧지 않다.
이 게임, 그냥 클릭만 하는 게 아니다
게임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 우주선에 전기를 공급한다. 실제로는 마우스를 클릭하며 화면을 마구 눌러대는 구조지만, 설정 자체는 굉장히 직관적이다. 우주선은 정지된 공간에 있지 않고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도 등장한다. 단순 클릭 이상으로 상황을 신경 써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보통 이런 류의 게임은 ‘무한 반복’ 노가다 지옥을 보여주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다. 스토리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고, 도전 과제까지 포함해도 1회차에 전부 마무리 가능한 구조. “이게 클리커 게임이야, 아니면 짧은 인디 어드벤처야?” 싶은 순간도 있다.
인공지능 조력자, 이 친구 좀 유쾌하다?
게임 내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AI 조력자는 꽤나 존재감이 있다. 익살맞고,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슬쩍 반전의 힌트를 던져주기도 한다. 단순한 조작에 집중된 게임에 이런 캐릭터성 강한 조연이 있다는 건 꽤 반가운 포인트였다. 사실상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이 친구에게 거의 달려 있다.
예상 가능한 반전이긴 했지만, 전체 흐름은 깔끔하고 매끄럽다. 픽셀 인디게임에서 이 정도 몰입감을 주는 스토리는 꽤 드물다.
클릭질에 지친 당신에게 짧고 강력한 한 방
나는 솔직히 클리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내구성이 약하기로 유명한 로지텍 마우스를 애지중지 아끼며 써온 나에게 의미 없는 클릭질은 마우스 학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매크로라도 써야 하나 싶지만, 클릭이 핵심인 게임에서 클릭을 빼면 뭐가 남겠나. 클릭하지 않는 클리커 게임은 그냥 보는 화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기묘하게도 나의 거부감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다. 짧다. 심지어 엔딩까지 1시간도 안 걸린다. 그것도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와 함께. 가격은 고작 1,100원. 이건 그냥 *'비주얼 노벨형 클릭 시뮬레이터'*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장점과 단점
👍 장점
- 저렴한 가격, 완벽한 한글화
- 픽셀 감성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성
- 짧지만 깔끔한 스토리라인
- 클리커 게임 치고는 적당히 유순한 난이도
👎 단점
-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아 금방 끝난다
- 반복 요소가 적어 리플레이성은 거의 없다
- 콘텐츠 다양성은 다소 부족
마치며
클리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은 바꿔준 게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클리커 장르를 열심히 찾아다닐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예외다. 정가로 구매해도 아깝지 않은 수준이고, 할인이나 번들로 손에 넣었다면 나이스한 상황.
무엇보다 AI 조력자의 매력과 스토리의 짜임새는 인디 게임에서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짧고 굵은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놓치면 아쉬운 작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