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오버로드 (Unicorn Overlord) 리뷰&후기
바닐라웨어 하면 흔히 떠오르는 건 화려한 2D 그래픽과 독특한 게임 시스템이다. 출시작은 그리 많지 않지만, 게임마다 뚜렷한 개성과 탄탄한 팬층이 있다는 점에서 믿고 하는 제작사 중 하나다.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SRPG라는 장르 안에서 바닐라웨어 특유의 디테일과 전략의 맛을 잔뜩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왕도 판타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아주 익숙하다. 고국을 잃은 왕자 어레인이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간 다섯 나라를 하나씩 해방하며 왕국을 재건한다는 전형적인 판타지. 하지만 여기에 방대한 서브 퀘스트, 각종 사이드 캐릭터들의 이야기, 그리고 동료 영입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 시스템까지 얹어지면서 서사의 밀도가 확 달라진다.
단순히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진짜 이 게임의 매력은 월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다양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터져 나온다. 캐릭터 간의 연대감, 인연 시스템도 은근히 중독적이다.
실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술의 싸움
유니콘 오버로드는 겉보기엔 SRPG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요소도 상당히 짙다.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지만, 그 결는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세운 '작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힐러가 있는데 아무 조건도 안 걸어주면, 피가 멀쩡한 상황에서도 계속 힐만 쓰고 앉아 있는 꼴을 보게 된다. 그래서 “HP가 50% 이하일 때만 힐 쓰고, 아니면 평타” 같은 조건부 행동을 세세하게 지정해 줘야 한다. 처음엔 꽤 번거롭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마치 코드를 짜듯 유닛 행동을 설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팁 : 복잡한 설정이 귀찮다면 난이도를 낮추고 성장 위주로 밀어붙여도 진행은 된다. 하지만 택티컬 이상 난이도에서 직접 커스텀한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 때의 쾌감은 확실히 다르다.
편의성은 확실히 챙겼다
콘솔 게임이면서도 유저 편의를 굉장히 신경 썼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세 가지는 이렇다:
- 맵 시스템 : 마을마다 뭘 파는지,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특정 장비를 사기 위해 마을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냥 맵 열고 바로 순간이동하면 끝.
- 스킵 & 배속 기능 : 전투가 자동이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걸 배속과 스킵 기능으로 보완했다. 전투 결과도 미리 표시해줘서 불확실성 스트레스도 없다. 라이트 유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요소다.
- 난이도에 따른 보상 차이 없음 : 이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난이도를 올린다고 해서 아이템이나 경험치가 더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 택티컬 난이도에서 전략을 제대로 써먹는 것도 좋고, 노멀 이하로 빠르게 스토리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스토리 기대했다면? 그건 조금 접어두자
13기병방위권의 스토리에 감탄했던 유저라면 이번에도 그런 서사를 기대할 수 있다 생각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르다. 서사는 솔직히 무난하고 클리셰의 연속이다. 대신 연출, 게임성, 시스템 구성은 굉장히 탄탄하다. 말하자면 이번에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재미’가 핵심인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파고들 요소가 거의 없다
게임 볼륨은 큰 편이지만, 아쉽게도 엔드 콘텐츠는 부족하다. 회차 플레이를 위한 계승 요소도 없고, 실질적으로 남는 건 온라인 투기장뿐이다. 엔딩 이후에 뭔가 더 파볼 거리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확장팩이나 DLC로 이런 부분을 보완해준다면 좋겠지만, 바닐라웨어 특성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플레이를 마치며
SRPG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나조차 1회차를 끝까지 붙잡고 달릴 수 있었던 건, 정말 시스템적으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보는 듯 친절한 아카이브, 직관적인 UI,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더빙, 그리고 조합을 연구하는 재미까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PC 유저에겐 뼈아프게도 이 게임은 콘솔 전용이다. PC 이식 가능성도 없다고 못을 박아둔 만큼, 할 거면 스위치나 PS5를 손에 넣어야 한다. (아니면, 음... 😏)
하지만 장르만 괜찮다면, 유니콘 오버로드는 확실히 한 번쯤 해볼 만한 전략 게임이다. 복잡한 듯하지만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잘 짜여 있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많아 질리지 않는다. 즉,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게임은 특출나기 때문에 손맛 있는 전략 SRPG 찾는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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