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성으로 보상을 받는 구국 전략 게임.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설정인가 싶지만, 이 게임 ‘은거군사의 구국 스트래티지 (How a Retired Strategist Saved the Country)’는 진지하다. 에로게 주제에 진짜 전략 시뮬레이션을 지향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전쟁이 한창인 시대, 은거 중인 군사로 등장한다. 나라를 구해달라는 여성 의뢰인들의 요청을 받아 병력을 모으고, 적을 몰아내며, 대신… 아주 특별한 보상을 받는다. 야겜다운 설정이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H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자원 창’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야겜을 하러 왔다가 자원 밸런스를 조정하고 최적화 빌드를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은거군사의 구국 스트래티지 (How a Retired Strategist Saved the Country) 게임화면

문명 같은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은 RTS라지만, 유닛을 직접 끌고 싸우는 ‘컨트롤 위주’의 RTS는 아니다. 전투는 수치 기반이며, 유닛끼리 싸우는 연출은 없다. 그래서 처음 보면 “이거 너무 허전한데?” 싶지만, 게임의 재미는 오히려 그 허전함 뒤에 숨어 있다.

주어진 토지에 건물을 세우고 자원을 생산하며 일정 시간 동안 몰려오는 적대 세력을 방어 혹은 먼저 선공으로 제거해야 한다.

총 7개의 스테이지가 있으며, 각 스테이지마다 신규 히로인이 등장한다. 등장 캐릭터 수만큼 서비스신도 준비되어 있다. 정확히는 각 2개씩. 풀보이스 + 라이브2D까지 완비된 정통 에로게 연출도 빠지지 않는다.

선택의 딜레마

전투는 단순하지만, 자원과 병력의 ‘균형’이 핵심이다.

병력을 너무 뽑으면 인구가 모자라고, 인프라에 투자하면 공격을 못 막는다. 거기에 날씨 같은 랜덤 변수까지 존재해 계획이 틀어지기 일쑤다. 게다가 전투는 일방적인 디펜스만이 아니다. 적을 기다려서 방어할 수도 있고, 자원이 빠듯할 땐 먼저 공격해 토지를 점령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수비는 방어 건물을 활용해 병력 손실을 줄일 수 있고 공격은 빠르게 자원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선택의 반복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전략적으로 빡빡하다. 자원이 마르면 게임이 무너지고, 병력이 적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적당히 할 수가 없다.

은거군사의 구국 스트래티지 (How a Retired Strategist Saved the Country) 게임화면

야겜이지만 심도 있는 RTS

병종은 초반엔 단순하지만, 스테이지가 진행되며 다양해진다. 스킬 트리를 통해 공세형 / 방어형 / 자원 집중형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커스텀 모드와 자체 치트 시스템도 있다.

  • 빠르게 엔딩과 H씬만 보고 싶다면 → 옵션에서 치트 ON
  • 도전과제까지 100% 깨고 싶다면 → 최적화된 트리를 직접 구성

란체스터 법칙 기반 전투 구조이기 때문에 항상 수적으로 우위에 서야 한다는 전제도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

게임해야 하니까 서비스는 나중에

야겜인 만큼 H씬 얘기를 안 할 순 없다. 라이브 2D, 풀보이스, 그리고 캐릭터별 개성 있는 설정. H씬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보기까지 생각보다 너무 빡세다는 것. 전략 시뮬레이션에 익숙하지 않다면, H씬 하나 보기 위해 30분 넘게 고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고생해가며 게임에 적응하면 나중엔 H씬 스킵 누르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H씬이 보너스가 된 전략 게임, 의외로 꽤 많지만, 이 게임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은거군사의 구국 스트래티지 (How a Retired Strategist Saved the Country) 게임화면

플레이 후기

그래픽은 허술하고, 전투 연출도 없다.
H씬도 많은 편은 아니고, 볼륨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도 게임이 자꾸 생각난다.

둥지 짓는 드래곤이나 전국 란스를 떠올리게 하긴 했지만, 그 급은 아니다. 비교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 나름의 리듬과 중독성이 있다.

솔직히 도전과제 100%까지 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전략은 깊고, 체력은 유한하니까.